그런 밤 푸념

 공부가 끔찍하게 하기 싫은 날이 있다. 뭐 별 이유 없는 게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이유가 있는 날도 있을 지 모른다. 오늘은 대부분에 속하는 아무 이유 없이 공부가 하기 싫은 날이다. 사실 대부분의 날들이 이유 없이 공부하기 싫은 날이다. 그런데 이럴 때 항상 생각나는 문제가 있다. 항상 높은 곳만을 바라보면서, 그곳을 향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데, 그렇다면 절대 그런 곳에 다다를 수 없으리란 문제가 생긴다. 몇몇 선배들을 보면, 아니 대다수의 선배들을 보면 상당히 많은 독서량을 갖고 상당히 많은 공부를 하지만 여전히 자신을 '아무 것도 모르는 학부생'으로 취급한다. 그리고 사실 그게 맞다. 이게 되게 무섭게 느껴지는 그런 날이다. 그렇게 공부를 해도 실력은 여전히 부족한데, 정말 학문을 하려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훨씬 더 오랫동안 해야 하는데, 나는 놀기 좋아하고 시간을 허비하기만 하는 허접한 녀석이라는 게 생생하게 다가온다. 공부도,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외우는 것을 더 많이 한다. 이건 그저 과목의 문제일 뿐이라고 치부한다고 쳐도, 독서량에 있어서 나는 굉장히 부족한 사람이다. 독서량이 0에 수렴하니까.

 오늘도 되도 않는 다짐을 한다. 책을 읽어야지. 남는 시간에 전화기를 들여다보지 말고, 책을 읽자. 어차피 읽는 텍스트, 양질의 것을 읽고 내 실력을 늘리자. 내 빈약한 의지가 굉장히 의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계속 의식적으로 읽으려고 노력하자.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인간이 되어야지, 안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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